[종교] "운 찾아 산으로"…관악산 열풍이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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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역술가 발언 후 등산객 급증, MZ세대 '우르르' 교회내서도 다르지 않아, …불안·간절함 반영된 결과

인파가 몰린 관악산 정상 모습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서울 인근에서 관악산은 정기가 좋고, 같은 소원을 세 번 빌면 소원을 들어준다고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에너지가 좋은 곳이에요."
지난 1월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역술가 박성준 씨의 말 한마디가 관악산을 새로운 '핫플'로 만들었다. 방송 이후 정기와 기운을 받기 위해 관악산을 찾는 2030세대가 급격히 늘면서, 연주대 정상에는 평일에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방송 이후인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관악산' 언급량은 총 4,43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02% 증가했다. 블로그 언급량은 방송 2주 만에 153% 급증했으며, 네이버 검색량 지수도 지난달 말 최고점인 100점을 기록했다.
실제로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관악산 챌린지가 확산하고 있다. 관악산을 찾았다는 인증샷과 함께 "관악산에 정기 받으러 왔어요", "지방에서 서울까지 기운 원정 왔어요"라는 인증 글이 잇따르고 있다. 정상석에서 인증샷을 찍기 위해 한 시간 넘게 줄을 섰다는 후기까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단순한 유행을 아닌 사회적 흐름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특히 취업, 주거, 결혼, 사회관계 등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대 속에서 2030세대들의 불안과 간절함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즉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2030세대가 토속 신앙을 하나의 '참여형 콘텐츠'로 소비하며,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작은 위안과 기대를 얻으려는 심리가 직관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심리학자 한민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외래교수는 "과거에도 부적이나 다양한 방식으로 운을 좋게 만들려는 시도는 이어져 왔다"며 "지금은 SNS 확산력으로 인해 참여형 놀이처럼 더 크게 드러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이어 "과거처럼 노력만으로 성취를 보장받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청년들의 불안이 커졌다"며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한 이후에도 결과가 불확실하다 보니 '운'에 기대고 싶은 마지막 수단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회에 다니지만, 기운을 받으러 관악산에 올라갔어요.
크게 문제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새해 첫날 해맞이 명소를 찾아 소원도 빌잖아요.
이 같은 흐름은 교회 안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교회에 다니는 청년들 사이에서도 "기도는 기도고, 기운은 기운"이라며 관악산을 찾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로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기독교인 4명 중 1명은 사주 등 토속신앙에 의지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다음세대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를 두고 교회가 복음의 본질을 충분히 가르치지 못한 데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신앙이 세속적 성공과 축복의 수단으로 여겨지는 분위기 속에서, 성도들이 복음의 본질을 깊이 붙들지 못한 채 영적 갈망을 교회 밖에서 채우려 한다는 것이다.
김현우 하늘샘교회 목사는 "사람은 본질적으로 영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세계나 힘에 자연스레 끌리게 되는데, 이러한 경향은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더 강하게 드러난다"며 "특히 빠른 변화에 익숙한 세대일수록 '정기'나 '운'처럼 즉각적이고 극적인 영적 자극을 더 갈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눈에 보이는 결과와 체험에 초점이 맞춰질 때 신앙은 점차 '문제 해결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즉각적인 변화나 체험을 기대하게 되고,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성도들은 교회 밖에서 다른 통로를 찾게 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신앙의 출발점을 다시 말씀 위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소망에 둬야 한다"며 "다음세대에게 성경이 말하는 진정한 축복이 무엇인지, 고난 중에도 함께하시는 성령의 위로와 소망을 증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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